인류 멸종은 먼 미래의 일인가?

작년 12월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의 외교관들이 파리 기후 회의에 참석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서 역사적인 협약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2016년 4월 22일 “지구의 날“에 150개국 이상에서 최고위 관리들이 뉴욕 유엔 본부에 모여서 협약서에 서명했습니다. 이미 지구 온난화가 1℃ 이상 진행된 이 시점에서 가야할 길은 아직 많이 남았지만 이제 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같은 날 우리나라 최대 일간지인 C일보는 ”이대로 가다간 수십년 내 지구 생명체 멸종의 길로 ...“라는 제목으로 지구의 날 특집 섹션을 발행했습니다. 이 신문은 UN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IPCC)의 자료를 인용해서 21세기 말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940ppm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되도록 충격적인 내용을 싣는 것이 뉴스 매체들의 속성입니다만 근거가 있는 기사입니다. 각국이 파리 협약에 서명만 하고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경우 멀지 않은 장래에 인류에게 닥칠 재앙을 IPCC가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IPCC의 분석에는 이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음은 GreenHouse Gas online에 게재된 IPCC의 분석 결과입니다.

http://ghgonline.org/predictions.htm

예측

지난 250년 동안 이산화탄소가 급속하게 배출되었고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계속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 사용 및 효율과 같은 다양한 요인들을 근거로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되었다. 최선의 시나리오조차 2040년 경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많은 시나리오들이 21세기 중반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수평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일부 시나리오들은 21세기 내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나리오마다 이산화탄소 배출 추세를 다양하게 예측하고 있지만 미래에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순수 효과 (net effect)에는 상당한 일관성이 있다. 모든 시나리오들이 21세기 말까지 이산화탄소 농도가 추가로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일부 시나리오들은 이산화탄소 농도가 현재보다 2배 또는 3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되는 온실가스 증가량을 온도변화로 변환하면 2100년 지구 온도는 지금보다 1~5.5℃ 상승하며, 향후 100년 동안 평균 온도는 약 3℃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금까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의한 온도 상승분 약 1℃ (실제로는 1.2~1.3℃)와 비교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시나리오마다 예측에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예측 자체의 복잡성과 기후변화 모델에 내재하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뉴스 매체들은 지구 온난화의 충격의 하나로 해수면 상승을 자주 거론하고 있다. 물의 열 팽창과 해빙 (解氷)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수많은 사람들의 생활이 심각하게 위협 받는다. 온도변화와 마찬가지로 해수면 상승도 20~60cm까지 큰 차이가 있다. 방글라데시와 같이 저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이 해수면 상승의 충격을 가장 크게 받는다. 이런 국가들은 비용을 많이 들여서 방조제를 건설해야 최소한 해수면 상승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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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파리기후 협약과 2020년에 다시 지구 기후 협약의 준수 여부에 따른 시나리오입니다.

http://www.slate.com/articles/health_and_science/climate_desk/2016/04/signing_the_paris_agreement_is_one_small_step_forward_for_fighting_climate.html

팀 맥도넬 /CLIMATE DE나, 2016년 4월 22일

파리 기후 협약서에 명기된 국가별 탄소배출 감축 계획 (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을 100% 이행해도 목표치 “2℃보다 훨씬 아래”를 달성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르다. 아래의 차트는 메사추세스 공과대학 (MIT)과 Climate Interactive가 최근 분석한 것으로 미래에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여주고 있다. 청색선은 파리 협약을 깡그리 무시하고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경우로써 기후변화의 충격이 정말로 끔찍해서 세계의 많은 대도시들이 살수 없는 곳이 되는 시나리오이다. 적색선은 각국이 배출 감속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경우의 시나리오이다. 파리 협약에는 2020년에 대규모 국제 기후 회의를 다시 개최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2025년 경까지 각국은 지금까지 약속했던 수준을 넘어서 추가 감축 계획을 반드시 내 놓아야 한다. 녹색선은 추가 감축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경우의 시나리오지만 지구 온난화 1.8℃조차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인간은 아직 위험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최소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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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3개월 동안 월별 최고 온도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이를 근거로 미국해양대기청 (NOAA)은 2016년이 2015년의 최고온도 기록을 깰 것이라고 예상했고, 나사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 가빈 슈밋 (Gavin Schmidt, Director of the NASA Goddard Institute for Space Studies)도 지난 금요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1-3월의 기록만을 가지고 2016년이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9% 이상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2014-2015-2016 연속 3년 지구 온도 최고 기록이 세워질 태세입니다.

역대 엘니뇨 3강은 1983-84년, 1997-98년, 2015-16년에 있었던 엘니뇨입니다. 그중 1997-98 엘니뇨와 2015-16 엘니뇨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사상 최강의 엘니뇨지만 아래의 그래프에서 보듯이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2015-16년 지구 온도가 1997-98년 보다 상당히 높습니다. 니뇨 3 수역 (90°W-150°W, 5°S- 5°N)과 니뇨 3.4 수역 (120°W-170°W, 5°S- 5°N)의 3개월 해수면 평균 온도 예년 편차가 +0.5℃ 이상이면 엘니뇨, -0.5℃ 이하이면 라니냐, -0.4~+0.4℃이면 중립 (neutral) 으로 정의하며 엘니뇨 해에 지구 온도가 가장 많이 상승하고 각 phase 마다 약 0.1℃의 온도 차이가 납니다. 그런데 엘니뇨는 적도 태평양 동부 수온이 서부보다 높은 양(+)의 태평양 십년 진동 (PDO: Pacific Decadal Oscillation)에 속하는데 PDO의 주기는 수년에서 십여년입니다. 수퍼 엘니뇨 3강이 최근 들어 발생했고 발생 간격이 짧아지고 있습니다.

2015-16년 엘니뇨가 끝나고 라니냐로 진행되면서 지구 온도는 미미하게 내려가겠지만,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 온난화 추세를 감안할 때 수년 후 수퍼 엘니뇨가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때는 지구 온난화가1.5℃ 선을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 각국, 특히 공업화된 나라들이 파리기후 협약과 추후에 있을 기후협약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으면 앞으로 지질학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인류와 많은 생물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됩니다. 인류 역사는 현생인류 1만년 고생인류 2-3백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삼엽충, 암모나이트, 공룡 등 지질시대를 대표했던 생물들이 지구 상에서 수천만년~수억년 동안 번성하다가 멸종한 것을 감안하면 인류가 수백만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번성하다가 멸종한 후 기후변화에 적응한 다른 생명체가 그 자리를 대신해도 이는 지질학적으로 단지 하나의 사건에 불과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인간의 활동이 지구 지질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하여 정의된 인류세 (Anthropocene) 입니다.탄소 배출을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지구가 너무 더워져서 우주 공간으로 물을 빼앗기고 생명체가 전혀 살수 없는 행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관련글: “회원자작글 418번: "데워진 행성에서 물이 빠져 나간다 - 지구가 화성처럼 될 것인가?“)

한국기상전문인협회 회원 김규헌